포천 암매장 살인사건

◆ 발생일자 ◆

 

2018년 4월 26일

---

◆ 발생장소 ◆

 

경기도 포천시 소재의 공동묘지

---

◆ 피해자 ◆

 

유 모씨(37세·남)

 

◆ 피의자 ◆

 

조 모씨(44세·남)

 

---

◆ 사건 개요 ◆

 

평소 알고 지내던 10년 지기 지인을 둔기로 살해하고 그 시신을 경기도 포천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사건

 

---

◆ 사건 내용 ◆

 

2018년 4월 30일 서울 종암경찰서로 동생이 며칠째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실종 신고가 접수된다.

 

사흘 전 집을 나선 뒤 깜깜무소식이라는 내용이었다.

실종자는 직장인 유 모씨(37세·남)로 집을 나가면서 전날 은행에서 2,000만 원을 대출받아 챙겨나간 후 연락이 끊겼다.

 

어디로 간다, 누구를 만난다, 언제 들어오겠다는 말은 전혀 없었다. 전화를 몇 번이고 해 봤지만 휴대폰은 꺼져 있었다.

 

경찰이 주변 인물을 탐문했다.

 

유 씨는 사교적인 인물이 아니라 평소 자주 만나는 사람도 없었고,직장과 집만 주로 오갔다.

 

그런 유 씨가 퇴근 후 종종 가던 곳이 있는데 바로 성북구에 위치한 집 근처에 있는 헬스장이었다.

 

원래 자주 가던 헬스장이 도봉구로 옮겨가면서 유 씨는 성북구와 도봉구에 있는 헬스장 두 곳에 들렸는데, 경찰은

도봉구 헬스장 관장 조 모씨(45세·남)를 주목했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조 씨와 유 씨는 12년째 알고 지낸 사이로 지방에서 둘이 헬스장을 같이 차리겠다면서 이런저런 준비를 하면서 조 씨와 대화할 일이 잦았다고 한다.

 

또 누군가의 제보에 따르면 유 씨가 실종 전날 대출받은 2,000만 원은 운동하는 걸 유난히 좋아했던 유 씨가 직접 헬스장을 차리려 하자, 조 씨가 대전에서 헬스장을 같이 운영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준비하겠다면서 계약금을 준비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조 씨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헬스장 폐쇄회로(CCTV)를 분석했다.

 

CCTV 화면 중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는데, 유 씨가 실종된 날 오전 4시 40분쯤 조 씨가 헬스장에서 검은 비닐봉지를 챙겨 나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던 것이다.

 

20분 뒤 지하철 1호선 도봉역 인근에서 유 씨가 조 씨가 운전하는 차량에 타는 모습이 CCTV 화면에 고스란히 찍혀있었다.

 

이후 둘이 탄 차는 시내 이곳저곳을 돌다 경기 포천시로 간 뒤 행적이 끊겼다.

 

경찰은 조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서로 불러들였다. 

 

조 씨는 경찰에서 당일 포천에 간 건 맞지만 혼자 갔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CCTV를 내밀자 조 씨는 말을 바꿨다.

 

시신 수색 장면(출처 : 서울경제)

 

"사실 유 씨와 갔지만 유 씨가 포천 이동갈비가 먹고 싶다면서 태워달라고 해 데려다준 것뿐이다"였다.

 

뻔뻔한 거짓말이었다. 그 새벽에 갑자기 갈비가 먹고 싶어 서울에서 30km 넘게 떨어진 포천까지 간다는 게 말이 안 됐다.

 

조 씨가 당일 운전한 차량도 의문이었는데, 본인 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SUV 차량을 렌트해서 운전했기 때문이다.

 

왜 렌트를 했냐는 경찰의 질문에 조 씨는 "유 씨를 내려주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묻혀있는 영중면 공동묘지에 갔다"는 말만 했다. 하필 렌터카에 있던 블랙박스는 그 날에만 꺼져 있었다.

 

조 씨는 경찰에 "내일 함께 포천으로 내려가시면, 제가 유 씨를 어디에 내려다 줬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라며 제안을 했다.

 

경찰은 조 씨를 계속 붙잡아 둘 수 없어 집으로 돌려보낸다.

 

조 씨를 돌려보내고 한 지인으로부터 "유 씨가 조 씨를 만나러 간 뒤 연락이 두절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다음날 조 씨의 부인이 "남편이 메모 하나를 남기고 사라졌다"는 내용으로 경찰에 신고를 한다.

 

메모에는 ‘형사님들께 죄송하다. 그저 스스로 수치스러워 가는 것이니 도망이라는 오해는 하지 말아 달라’고 적혀 있었다. 

 

경찰은 통신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아 조 씨의 휴대폰 분석을 통해 두 건의 통화기록을 찾았다.

 

전남 여수시와 화순군에 위치한 숙소 전화번호였다. 마침 조 씨가 서초구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광주행 고속버스에 올랐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광주 종합버스터미널로 급히 내려갔고 버스에 설치된 블랙박스에서 조 씨가 등장하는 화면을 확보했다.

 

조 씨는 휴게소에서 호두과자 한 봉지를 들고 태연히 서 있었다.

 

통화기록에 남아있던 숙소는 예약은 했지만 실제로 가지는 않았다.

 

조 씨가 도주한 지 6일째.

 

광주터미널 인근 대형마트에서 물을 마시고 있던 조 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조 씨 체포 후 사건 당일 빌린 렌터카를 단서 삼아 차의 동선을 역추적했다.

 

특히 차량이 중간중간 4,5번 정도 멈춰 섰던 곳을 집중 수색했다.

 

포천시 인근 강가 모래 위 덥수룩하게 자라난 풀숲 속에서 범행도구가 발견됐다. 

 

범행도구는 조 모씨가 헬스장에서 가지고 나온 길이 30cm, 직경 5cm, 무게 1kg의 역기 바벨을 거는 봉이였다.

또 범행에 사용된 장갑과 삽, 곡괭이도 근처에서 발견됐다. 유 씨의 가방, 휴대폰 등도 찾았다.

 

조 씨가 장시간 차를 세운 경기도 포천의 소재의 조 씨 모친의 묘소 주변 야산에서 암매장된 유 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조 씨는 유 씨를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유 씨의 목에 끈을 걸어놓기도 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의뢰했고, 역기 봉에서 유 씨의 DNA가 검출됐다.

 

또 국립과학 수사원은 유 씨가 머리 뒷부분을 둔기로 가격 당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구두 부검 소견을 밝혔다.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조 씨는 유 씨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범행 직후 유 씨에게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부재중 전화기록을 남기고, 실종된 유 씨를 찾겠다며 직장에 전화를 걸었다고 알리바이를 주장했고, 동업을 약속한 적도 없다고 발뺌했다.

 

"유 씨가 헬스장에 투자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길래 맞장구를 쳐준 것뿐, 대전에 헬스장을 함께 차리자고 계약하거나 약속한 적이 없다"라는 주장을 했다.

 

경찰은 반복되는 혐의 부인과 묵비권을 뒤로하고 조 씨에게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유 씨가 가지고 나갔던 2,000만 원이 발견됐다.

 

범행 장소에서 무려 440km 가까지 떨어진 전남 화순군 쌍봉사 인근 야산에 1,460만 원이 5만 원권 다발로 묻혀있었다.

 

체포 당시 조 씨가 가지고 있던 170만 원도 유 씨가 가지고 나간 돈 중 일부였다.

 

이에 대해 조 씨는 "어머니 묘에 다녀오는 사이에 유 씨가 사라져 버려 찾을 수 없었다"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괜한 오해를 살까 봐 길가에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11월 23일 1심 재판부는 조 씨에게 강도살인과 사체유기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조 씨가 운영하던 헬스클럽 재정상태가 악화하면서 4월쯤에는 보증금 7,000만 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3,800만 원이 남아있었다"며 지속적으로 월세 273만 원을 미납하는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판시했다.

 

또 동업을 제안하면서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밝히지 말아야 한다고 유 씨에게 신신당부했다는 경찰 조사 결과도 그대로 바아 들였다. 헬스장 보증금과 월세를 내기 위해, 즉 돈 때문에 유 씨에게 접근해 살해했다는 결론이었다.

 

조 씨는 최후변론에서 뜬금없이 "바벨 봉으로 팔 근육의 일종인 전완근 훈련이 가능한 이유"를 재판부에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앞선 재판 과정에서는 유 씨 유가족을 비난하는 등 망자에 대한 2차 가해까지 서슴없이 저질렀다고 한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반성의 기미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라며 조 씨를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함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씨는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다.

 

 

출처 : 중앙일보